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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통일전략] 우리는 김정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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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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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북핵의 본질-김정일(金正日) 붕괴시(時)까지 갖고 가야 할 암세포
「조잡한 핵폭탄 한두 개」가 갖는 의미
「자유의 여신상」의 손에 들려 있었던 횃불처럼 金日成이 들고 있는 핵(核)카드는 한때 그에게 세계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집중시키게 했고 미국의 전 대통령까지 달려오게 만들었다. 金日成에게 있어서 그 순간 순간들은 생애 최고의 나날들이었을 것이다. 金日成 생전에도 핵(核)게임을 지휘한 것은 金正日과 군부였다. 이들이 건재하는 한 核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북핵(北核)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金日成-金正日체제의 붕괴로써만 가능한데 그 반쪽이 날아가 버렸으므로 이제 새로운 장(章)이 열린 것이다. 北核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는 출발점은 현재의 개발단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이다. 기자가 지난 한 달 사이에 만나본 국내의 최고위 정보관계자들은 대체로 『핵 폭탄은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핵무기는 당분간 만들 수 없을 것이다』는 견해였다.
북핵(北核)관련 부서의 한 책임자는 『어느 나라 정보기관도 북한이 核폭탄 제조에 성공했다고 단정한 적은 없다』고 전제한 뒤 『미(美)CIA는 한두 개의 조잡한 핵 폭탄을 완성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는 반면에 중국과 러시아는 플루토늄은 있으나 아직 기폭장치의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런 이견 중에서 안전하게 「한두 개의 조잡한 핵 폭탄」쪽을 선택한다면 이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국방부의 한 전문가는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연변 연구단지 내 구룡강 백사장의 폭파실험 흔적은 기폭장치 실험이 아니라 기폭용 고성능 폭약의 시험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그는 폭발속도가 초당 9백 m를 능가하는 고성능 폭약을 개발한 다음 이것으로 대포식 기폭장치(Gun Type)를 만들려는 것이 북한의 의도인 것 같다고 했다. 대포식 기폭장치는 구형(球型)기폭 장치보다도 실제로 사용할 때 터질 확률이 아주 높다.
그래서 지하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작년에도 외국주재 공관 또는 상사원들을 통해서 기폭장치에 쓸 부품을 조달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아직도 기폭장치를 만들지 못했다는 근거로 보여지기도 한다. 「한두 개의 조잡한 핵 폭탄」이라고 했을 때 「조잡한」의 의미는 핵실험을 거치지 않아 반드시 터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과 경량화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조잡한 핵 폭탄은 히로시마, 나카사키에 투하된 것처럼 B-29폭격기로써 날라야 할만큼 무거웠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전폭기가 그 조잡한 폭탄을 나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싣고 나른다 해도 미사일에 요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무게를 줄여 노동1호, 대포동1호 같은 미사일에 실어야 하는데 그런 경량화 기술은 아직 없다는 것이 韓·美정보기관의 거의 일치된 견해이다.
핵(核) 만들어도 유지·보수 불가능
경량화를 하는 데는 실제 핵실험이 있어야 하고, 따라서 지금 북한이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12kg 이상의 플루토늄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과연 북한이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추출한 12kg의 플루토늄만 갖고 있는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그 이상의 플루토늄을 숨겨놓고 있느냐가 문제다. 청와대의 한 책임자는 『러시아의 혼란을 틈타서 마피아 조직을 통해 북한이 따로 많은 핵 물질을 손에 넣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으나 그 확률은 매우 낮다』고 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그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 『암시장에서 플루토늄 1kg이 6천만∼1억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는 첩보도 있고 러시아군이 관리하는 핵 물질의 보관상태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회의하는 판단이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한이 30년 동안 핵 개발에 몰입해온 것을 감안한다면 실험실에서 핵 물질을 g단위로 조금씩 조금씩 추출해서 다량을 축적했을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 정보기관은 북한으로 들어가려는 러시아의 미사일 및 핵(核)기술자를 저지시키고 북한에서 일하고 있는 기술자들을 철수시키는 등 한국과 미국에 협조적이다. 러시아 측은 북한에서 철수한 러시아 기술자들로부터 개발 상황 정보를 수집, 건네주기도 한다.
국방부의 전문가 또는 관계자는 『핵 폭탄이란 것은 핵분열 물질을 싸고 있으므로 계속적인 유지·보수·교체가 뒤따르지 않으면 내부 변화에 의하여 곧 못쓰게 된다』면서 북한이 그런 유지·보수 기술을 익혔을 가능성을 아주 낮게 보았다. 그는 『핵 강대국들이 계속 실험을 해 온 이유도 폭탄의 경량화, 유지·보수에 따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도 핵 폭탄은 20년이 최장 수명이다』라고 말했다.
「조잡한 한두 개 핵 폭탄」의 실상이 그러하다면 핵(核)강대국 미국으로서는 이 「과거문제」는 시급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북한이 지난 5월에 일방적으로 뽑아내 버린 5메가와트 원자로의 사용 후 연료봉이 재처리 공장으로 들어가 원자폭탄 5∼6개 분의 플루토늄이 더 뽑혀 나오는 사태를 막는 것이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아울러 50 및 2백 메가와트 짜리 원자로의 건설을 중단시켜 북한이 核무기 양산체제로 들어가는 길을 봉쇄하는 것이 「과거의 투명성 확보」보다 급하게 되었다.
金日成은 UN에 의한 대북(對北)제재에 직면하자 일보 후퇴, 核개발을 현 상태에서 동결할 용의를 비침으로써 미국은 한두 개의 과거문제를 잠시 젖혀 두고 현재(빼낸 핵 연료 봉)와 미래(50, 2백 메가와트 원자로 건설)의 문제 해결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의 암세포
북핵(北核)을 보는 미국의 시각은 우리와 같을 수가 없다. 미국은 세계질서 유지의 차원에서, 한국은 국가생존의 차원에서 北核을 보고 있다. 미국은 내년에 갱신돼야 하는 핵(核)비확산조약(NPT)의 현 골격을 유지하려면 북한을 그 체제 안에 묶어두어야 한다. NPT체제의 기본의도는 핵보유국인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독일과 일본의 核무장을 막자는 것이다. 경제대국(大國) 독일이나 일본이 核무장을 하게 되면 세계의 역학 관계는 근본이 흔들리게 된다. 북한의 核무장은 남한의 核무장에 이어 바로 그 일본의 核무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美國)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미국이 우선 북한을 NPT체제 안에 묶어두고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근으로 내놓은 것이 북한에 대한 안전의 보장, 경수로 건설지원, 이익대표부 수립 같은 것들이다.
「과거의 한두 개」까지 완전히 해결해야 정식 국교수립이 이뤄질 것이며, 국교수립엔 북한의 화학·생물학무기 폐기뿐 아니라 인권향상·테러포기 약속 등의 추가적인 요구조건이 따라붙게 될 것이다. 이에 맞서 북한(北韓)은 평화 협정체결, 주한미군 철수 따위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과거의 투명성 보장은 북한이 감춰놓거나 核폭탄으로 만들어 놓은 플루토늄을 신고하여 그것을 IAEA의 감시카메라 하에 두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수십 년 공들여 만든 비단옷을 완전히 벗겨서 북한을 알몸으로 만드는 상황인데 이런 항복을 金正日체제가 과연 받아들일 것인가. 어떻게 받아들이도록 할 것인가. 그것도 저것도 아니면 무슨 방법으로 타협점을 찾아낼 것인가, 이게 난제 중의 난제인 것이다. 「과거의 의혹」을 가장 확실하게 투명해지도록 하는 방법은 金正日체제의 붕괴뿐이다. 그때까지는 이 과거의 의혹을 암세포처럼 우리 민족이, 또 세계가 함께 지니고 갈 수밖에 없으리라는 이야기까지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엔 물론 그 암세포가 확산되지 않도록 방사선을 계속 쬐어야 하겠지만.
제4장·대세와 허세의 대결
김(金)대통령의 든든한 「빽」은 수많은 원혼과 영령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담판의 명수」답게 金日成과 만나 역사적 합의를 보려고 별렀을 것이고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호적수를 놓친 프로처럼 그를 서운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金泳三대통령은 이제 질래야 질 수 없는, 꿇릴래야 꿇릴 수 없는 절대적인 호조건 속에서 金正日을 상대하게 되었다. 金泳三대통령이 타고 앉은 역사의 흐름이란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이승만(李承晩)에 의하여 주도되었던 반공·건국·호국, 박정희(朴正熙)의 국가근대화와 경제발전, 전두환(全斗煥)의 흑자경제·물가안정·서울올림픽·6·29선언, 노태우(盧泰愚)의 북방정책·민주화 실천으로 이어져온 국가건설과 민주화의 패기만만한 흐름이었다.
저승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을 수많은 원혼과 영령들도 그의 「빽」이다. 김일성(金日成)-김정일(金正日)이 몰고 왔던 민족적 재앙-6·25전쟁, 아웅산 테러, KAL858편 폭파, 육영수(陸英修) 여사 암살, 1·21청와대 습격기도사건,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사건들의 희생자들은 저승에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두 사람의 대결을 내려다 볼 것이다. 인민군의 도끼 날에 맞아죽은 두 미군(美軍)장교들, 그리고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과히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승만(李承晩), 박정희(朴正熙)도 이번만은 응원을 아끼지 않으리라. 金대통령은 북한(北韓)과 대결함에 있어서 金正日이 주적(主敵)이지 우리의 역대 대통령은 응원부대임을 명심하고,
지난 한국 현대사(現代史)의 정통성에 흠집을 내려는 측근들을 멀리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대북(對北) 우위는 고 이승만(李承晩)대통령이 만든 울타리(한미상호방위조약 체제)와 그 울타리 속에서 이루어졌던 박정희(朴正熙)의 경제발전 및 자주국방 정책에 힘입은 바 지대하다. 미국은 대북(對北)방어망뿐 아니라 시장까지도 제공하여 우리를 키워주었다. 「바보 짓」을 했을 지는 모르지만 「나쁜 짓」을 한 적은 별로 없었던 미국(美國)에 대한 일부 세력의 저주는 배은(背恩)이 아닐까?
김일성(金日成) 망친 김정일(金正日)
金日成-金正日은 어떤 역사를 대표하는가. 金日成은 항일(抗日) 빨치산 투쟁이란 초기의 공이 있었으나 해방 뒤 소련의 꼭두각시가 되어 공산주의란 악마의 씨앗을 뿌리면서 한민족 5천년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반 인륜의 아수라장을 펼쳐놓았다. 소련과 중국의 조종·지원 하에서 6·25남침을 감행함으로써 일단 물러갔던 미군을, 그리고 중공군을 이 땅에 불러들인 그는 자주(自主)를 논한 자격이 없다. 金日成은 자신의 시대를 초과해서 살면서 북한을 자신처럼 노쇠 시키고 경직시키며 고사 직전까지 끌고 갔다.
金正日은 자신의 권력강화를 위해 아버지를 신격화하고 눈 귀를 가렸다. 많은 북한 주민들은 아들이 아버지를 망쳤다고 말한다. 인민의 굶주림을 딛고 네로와 진시황의 호화방탕을 능가한 金부자의 존재는 『과연 천조(天道)는 있는가』하는 절규를 자아내게 하였지만, 남한의 우리에겐 하나의 도전이기도 했다.
남한국민들의 무능과 비겁이 金부자의 건재와 북한동포들의 고통을 보장해 준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金日成-金正日이란 채찍으로써 남한의 지도층과 국민들을 계속해서 치고 있는 것인 바 우리가 성숙한 시민이 되어 북한동포를 끌어안을 만큼 강하게 될 때 비로소 그 채찍을 거둘 것이다』라는 한 기독교신자의 해석은 『김영삼(金泳三)의 토(土)가 김일성(金日成)의 수(水)를 극(剋)하였으니 金正日도 오래 못 간다』하는 역술가들의 예상보다도 더 뜻깊게 들린다.
·金대통령은 金正日체제를 연명시켜 줄 어떤 약속도 해선 안 된다. 흡수통일(독일식 통일)을 안 하겠다고 해선 안되고, 무력 북진통일을 안 하겠다고 만 해야 된다. 金正日체제의 붕괴만이 동포들을 구하는 길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金正日체제를 유지시키는 것이 대 혼란을 부를 흡수통일을 막는 길이라고 속삭이는 참모들을 경계해야 한다. 金正日체제의 붕괴는 더불어 통일을 논할 수 있는 새로운 민족세력을 북쪽에 등장시키게 될 것이다. 「혼란 적은 통일」은 그때 논의하면 된다.
對北유화론이든 강경론이든 그것이 「金正日체제의 붕괴 촉진」에 맞추어져 있다면 「같은 목적을 위한 다른 수단」일 뿐이다. 한반도에서의 「냉전적 사고」란 아직도 망해가는 북한으로부터 체제인정을 받아서 분단을 고착시켜 보겠다는 패배주의적 사고방식을 이르는 말이다. 「탈냉전적 사고」란 「남한 주도의 통일」을 전략적 목표로 확립, 뱃속 깊이 넣어놓고 그 장애물인 金正日체제를 여하히 평화적으로 제거하느냐를 생각하는 적극적이고 통일 지향적인 사고 방식이다.
北에 공짜 주면 버릇 못 고친다
·북쪽이 연출하는 분위기에 맞춰주던 시대는 지났다. 공연한 말장난은 7·4성명 이후 너무나 많이 해왔고 2년 전에 남북이 같이 만들어낸 남북 기본합의서 이상의 좋은 합의를 또 만들 수는 없다. 새로운 선언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 기본합의서의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6공(共) 때의 작품이라고 해서 기본 합의서를 버리고 새로운 틀을 또 만들려고 한다면 북측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 된다. 신한국, 신외교, 신한국군 식의 발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1991년 12월에 만든 기본합의서는 90% 이상이 남한측의 희망대로 된 것이다. 그때 우리측은 연형묵 총리가 金正日로부터 『양보를 하더라도 합의를 보라』는 지시를 받고 왔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집요하게 밀어붙였던 것이다. 북한은 남북 기본 합의서를 만든 바탕에서 미국·일본과 수교하려고 했던 것이다.
·북한에 공짜를 주어선 안 된다. 金正日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지 않고 핵(核)공갈에 굴복했다고 생각할 인간이다. 상호주의에 의한 주고받음이 인간관계건 국가관계이건 가장 건강한 관계이다.
·핵 포기를 설득할 때는 위협도 필요할 것이다. 『귀(貴)측이 핵무기를 반개라도 갖게 된다면 우리도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원자력 발전소 많아요. 우리의 원자력 기술인력(人力)도 세계적인 것 잘 아시겠지요. 원자로 노심 부분의 설계도 우리가 합니다. 그까짓 핵 폭탄 마음만 먹으면 수십 개를 못 만들겠습니까. 인도가 핵실험 하니 파키스탄이 만들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핵(核)을 개발하니 인접한 브라질도 시작했습니다. 남북한처럼 맞붙어 있는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이 核을 가졌는데 다른 한쪽에선 벌거벗고 내 잡수시오 하고 있다면 그건 나라가 아니지요. 우리도 중대 결심하면 무섭습니다. 그러니 위험한 장난감은 마 치웁시다』
·金正日집단의 통일 의지를 꺾어야 한다. 전쟁의 목적은 전국의 영토를 점령하는 게 아니라 적의 군사력을 분쇄하는 것이다. 더 본질로 들어가면 적의 군사력은 전국의 지도부가 가진 전쟁의지를 꺾어놓을 때 무력화된다. 전쟁의지가 빠진 기갑사단은 거대한 고철덩어리일 뿐이다. 북한 지도부는 「힘」만 믿는 사람들이다. 남한의 군사력과 내부단결만이 저들의 의지를 꺾을 수단이다.
당대의 인기냐, 역사의 호평인가
·金대통령은 대북 정책으로 영웅이 되겠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인기나 박수에도 너무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 여론조사가 아니라 국가와 역사를 상대로 바둑을 두어야 한다. 국가 지도자의 가는 길은 대강 두 가지다. 페론형(型)은 당대의 인기에 도취했다가 역사의 경멸을 받는다. 박정희형(朴正熙型)은 역사의 평가를 위해서 당대의 인기를 희생했다. 당대의 인기와 역사의 호평을 다 취하면 그 이상 좋을 수 없지만, 그것은 국민들이 모두 성인이 될 때만 가능하다.
金대통령은 역사의 비정함을 알아야 한다. 조국 카르타고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한니발은 왜 카르타고 국민들에게 배신당해 외국을 떠돌다가 한 섬에서 스스로 독약을 삼켜야 했던가. 그 한니발을 꺾고 로마를 구한 스키피오는 왜 유언으로서 『배은망덕한 로마에는 나를 묻지 말아라』고 했던가. 생전에 반대자를 향해서 『내 무덤에 침을 뱉으면 될 것 아닌가!』라고 내뱉었던 朴正熙의 무덤엔 왜 침 뱉는 사람보다 경의를 표하는 이들이 더 많은가.
·김일성(金日成)의 죽음은 카리스마니 쇼맨십이란 것이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의 대세 앞에서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 대세를 업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남한 국민들은 이젠 정말 통일 준비를 시작할 때다. 희생정신 없는 통일은 불가능하지만 계산 없는 통일의 후유증도 막아야 한다. 용기뿐 아니라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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