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북한운동연합
 
, 쌀 요구했다 거절당한뒤 포격… 이번엔 준다는데 왜 미사일을?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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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쌀'. 밥이 될 수도 있고 죽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내 가치는 80㎏ 한 가마에 19만1532원. 산지 쌀값이 바닥을 찍은 2017년 7월(12만6000원)과 견주면 50% 넘게 뛰었다.

정부가 나를 북한으로 보낼 조짐이다. 인도적 지원이라고 한다. 남쪽에서는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데 휴전선 너머 굶주린 북쪽 주민을 살릴 수 있다면 보람찬 일이다. 대북 식량 지원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으로 2010년 이후 중단됐다. 재개된다면 9년 만이다.

그런데 나를 둘러싸고 세상이 소란하다. 대통령과 통일부·외교부 장관은 지난 13일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차례로 만나 대북 쌀 지원 규모와 시기, 방식을 논의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발표한 '북한 식량 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 식량 사정은 지난 10년 사이 최악"이라며 "식량 136만t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철저한 모니터링 없는 식량 지원은 사실상 미사일 발사 비용 대주기"라고 비판했다.

여론은 둘로 갈라졌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0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북 식량 지원에 반대한다(50.4%)'는 의견이 '찬성한다(46%)'보다 다소 많았다. 최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이 지원받은 식량을 엉뚱한 데 쓸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북한 태도는 떨떠름하다. 대남 선전 매체들은 "인도주의 협력 사업(식량 지원)을 놓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예의 없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라"고 요구했다. "(쌀을) 주자"와 "주지 마라", "그런 식이면 안 받겠다" 사이에서 나는 어지럽다. 대북 쌀 지원, 무엇이 문제일까.

지원에는 타이밍이 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정부가 현재 관리하는 비축미는 130만t. 이 중 국내산이 89만t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는 14일 "국내 수요를 제외하면 30만t가량을 지원할 수 있는 상태"라며 "FAO가 우리에게 권장하는 적정 비축미는 80만t 수준"이라고 밝혔다.

대북 식량 지원 시점은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남주홍 경기대 명예교수는 "남북 관계사에서 일방적 선의를 과시해 상호 신뢰 구축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이번 식량 지원은 설사 인도적이라고 해도 큰 의미가 없는데, 북한이 미사일로 거푸 도발한 직후라 타이밍이 매우 나쁘다"고 진단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최소한의 대가는 받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도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있을 때는 나눠주는 척하다가 그들이 철수하면 도로 걷어 착복하거나 현금화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든 이산가족 상봉이든 '기브 앤드 테이크(주고받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방적 퍼주기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뜻이다.

북쪽 사정이 어떤지도 모호하다. 북한 식량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데일리NK는 '평양의 쌀 1㎏은 지난해 11월 5000원에서 계속 떨어져 지난달 30일엔 4000원대에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지난 1월에 2호 창고(군량미 보관 창고)를 열어 쌀을 풀었고 중국·러시아에서 최근 식량 지원을 받아 장마당 쌀값이 내렸다고 한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일 미국의소리(VOA) 대담에서 "날씨나 흉년이 아니라 북한이 자원을 잘못 배분한 게 식량난 이유"라며 "북한이 과거에 그랬듯이 쌀을 수입하는 게 가장 설득력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단 배경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과거를 빨리 잊는 경향이 있다. 2010년 10월 적십자 회담에서 북측은 쌀 50만t, 비료 30만t 지원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다음 달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켰다. 북한의 도발은 '식량을 보내라'는 요구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명박(MB)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13년 1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북한이 그 '대가'로 지나친 요구를 해 들어주지 않았다"며 "그러자 북한이 항의하는 차원에서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이 내건 정상회담 성사 조건은 쌀 수십만t, 비료 수십만t 등 5억~6억달러어치 현물 지원이었다. 이 발언은 북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다음 날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서울에 온 북한 조문단은 MB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해 10월 싱가포르 비밀 접촉에서도 북한은 식량·비료 지원을 당연한 일처럼 요구했다. 들어주려면 5억달러, 우리 돈으로 5000억원 이상이 필요했다. 정부 소식통은 "수십만t의 쌀과 비료를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아들이면 정상회담까지 가는 단계마다 뒷돈을 달라고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이 불발되자 2010년 1월 '보복 성전'을 거론하며 서해 북방 한계선(NLL)으로 무더기 해안포를 쏴댔다. 이어 두 달 뒤 천안함을 폭침했다. MB 정부 때 고위 관계자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면죄부를 주면서 남북 관계를 풀어갈 수는 없었다"고 했다.         

억류한 국민 6명 석방은?

북송한 쌀이 군량미나 현금으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그 방면으로 전과(前過)가 화려하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남주홍 교수는 "과거에 우리가 보낸 쌀을 팔아 현금화한 적이 있고 비료로는 화약을 만들기도 했다"며 "핵은 핵이고 식량은 식량이라는 식으로 가면 북한의 민족 공조 논리에 휩쓸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우리를 겁박하면 쌀이 생기는 것으로 착각하고, 내부에서는 그 쌀을 '전리품'이라고 선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 참석을 계속 피하고 있다. 천안함 생존자 전준영씨는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은 조롱한 적만 있지 사과는커녕 인정도 안 했다"며 "이번 대북 식량 지원은 우리가 낸 세금을 바치는 조공(租貢) 같다"고 했다.